좋은 포수 만들기

분류없음 2011.09.08 09:23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라운드 3번으로 LG에 지명된 중앙대 포수 조윤준. 강한 어깨와 서글
           서글한 성격으로 미래 프로야구를 이끌 포수감으로 꼽힌다. 고졸 포수를 키우는데 드는 시간은 짧
           게 잡아도 5~6년. 이때문에 구단들은 4년간의 실전 경험에 인생 경험까지 있는 대졸 포수를 많이
           지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At the Ground 김새롬)

선수로서의 재능만 놓고 보면 다쓰카와 미쓰오는 지극히 평범했다. 타격솜씨는 평균을 밑돌았고, 발도 빠르지 않았다. 어깨 또한 포수치고는 약한 편에 속했다. 무엇보다 캐칭에 근본적인 약점이 있어서, 그가 정상급 포수가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미쓰오는 역대 일본 최고의 포수 중 하나로 통한다. 이유는 “투수가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게 하는” 능력에 있었다. 그에게는 마운드에 선 투수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신비한 재주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 미쓰오가 있다면, 국내에선 LG 김정민(현 배터리 코치)이 비슷한 유형의 포수였다. 건국대 차동철 감독은 “김정민은 가장 믿음이 가는 포수였다”며 이렇게 회상한다. “불펜에서 연습구를 던질 때면 정민이는 공 하나하나마다 ‘형, 공이 너무 좋아서 손목이 아파요’ ‘형 볼 받다가 손가락 삐겠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포수가 그런 말을 해주는 게 투수에게 주는 심리적인 효과는 굉장하다.” 그와 배터리를 이룬 투수들은 평소보다 훨씬 자신감 넘치는 공을 던질 수 있었다. 평소 ‘새가슴’ 소리를 듣는 투수도 김정민과 함께할 때는 안정된 투구를 할 때가 많았다. 해태 김무종, 장채근도 마찬가지. 차 감독은 “둘 다 투수를 잘 다독이며 편안하게 해주는 최고의 포수였다”고 회고한다. SK 김정준 전력분석 팀장의 말처럼, “팀을 우승으로 이끈 포수에게는 반드시 특별한 뭔가가 있는 법”이다. 

‘좋은 포수’하면 많은 사람이 ‘앉아쏴’가 가능한 강한 어깨나 블로킹 능력, 신출귀몰한 볼배합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날 일본 최고의 포수로 활약한 후루타 아쓰야는 한 국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포수의 조건으로 “투수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첫째로 꼽았다. 포수 출신의 유승안 경찰청 감독도 “포수에게 제일 중요한 건 투수와의 호흡, 투수의 신뢰”라고 했다. “도루저지도 중요하고, 수비력도 중요하고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투수가 포수를 믿고 던지게끔 만드는 거다.” 유 감독의 말이다. 앞서 언급한 미쓰오나 김정민에게는 특출한 신체능력이나 야구 재능이 없는 대신, 투수들의 ‘신뢰’가 있었다. 배터리의 ‘찰떡호흡’이 있었다. 결국 포수의 기본은 투수의 공을 ‘받아내는’ 역할이다. 

투수가 포수를 믿지 못하면 결코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가 없다. 유승안 감독의 설명을 들어 보자. “가령 주자 3루에 둔 상태에서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져야 한다고 치자. 포수를 못 믿으면 투수가 변화구를 끝까지 제대로 팔로우를 하지 못한다. 확 뿌려서 던져야 원래 자기 변화구 각이 나오는데, 그런 공을 던질 수가 없다는 거다. 또 포수가 몸쪽 사인을 냈을 때도 마찬가지다. 믿음이 없으니까 공이 가운데로 몰리거나 타자를 맞혀 버리는 결과가 나오는 거다. 완전히 팔로우가 안 되니까.” 서로를 신뢰하는 배터리는 포수의 사인에 투수가 좀처럼 고개를 젓는 법이 없다. 포수는 투수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투수는 포수의 사인을 믿고 전력을 다해 자신의 공을 던진다. 

물론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유승안 감독은 “신뢰받는 포수가 되려면 야구장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투수들 밥도 사주고, 고민거리가 있으면 같이 해결도 하고, 그렇게 평소 생활부터 경기장까지 늘 엄마의 마음가짐으로 함께해야 한다.” 희생도 따른다. 올해 청룡기에서 우승한 상원고 포수 김종덕은 대회 내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사인과 반대로 온 공도, 주자 없는 상황에서 크게 바운드된 공도 사력을 다해 잡아냈다. 바운드볼 블로킹은 포수들이 ‘다시 태어나도 포수는 안 한다’고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 “투수들에게 ‘어떤 공을 던져도 내가 다 막아낼 테니 자신있게 던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게 이유다. 대회 내내 상원고 투수들은 김종덕이 낸 사인에 단 한 번도 고개를 젓는 법이 없었다. 신뢰는 얻기도 힘들지만 한번 잃고 나면 회복하기도 쉽지 않다. 한 팀에 사인을 상대팀에 알려준다는 의심을 받는 포수가 있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그런 작은 의심의 조각은 투수들의 신뢰에 균열을 만들었다. 그리고 팀 성적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결국 좋은 포수가 되려면 투수들의 마음을 사는 게 먼저다. 투수의 마음을 헤아리고, 상대 타자의 심리를 읽을 줄 알아야 좋은 포수가 될 수 있다. [포수 교과서]의 저자인 브렌트 메인은 “포수들은 아마추어 심리학자가 되어야만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경험’이 필수다. 김정준 팀장은 “사람을 보는 눈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포수들이 사람에 대해 알아봐야 얼마나 알겠나? 사람을 알려면 충분한 시간이 지나야 하고, 경험도 필요하다. 여기서 경험이란 경기장에서의 실전 경험만 말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인생에서 겪는 많은 경험까지도 포함된다.” 11년 동안 멀고 먼 길을 돌고 돌아 올해 SK 1군 포수가 된 ‘호프집 사장’ 허웅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 때문일까. 올해 열린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많은 팀은 대졸 포수를 지명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1라운드 3번으로 조윤준(중앙대)을 지명한 LG와 2라운드 2번으로 김민식(원광대)을 선택한 SK를 비롯해, 대학 졸업반 포수 상당수가 프로 유니폼을 입는데 성공했다. “아무래도 대졸 포수가 여러 면에서 고졸보다 낫다. 대학에서 4년간 실전 경험을 쌓은 것도 있지만, 사회 생활을 해봐서 그런지 인성이나 사람을 대하는 면에서 대졸 포수가 우위에 있다.” 한 구단 스카우트의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올 시즌 대부분의 팀이 심각한 포수난을 겪으면서 ‘즉시전력감’ 포수를 필요로 하는 사정도 크게 작용했다. ‘잘 키운 좋은 포수’ 하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의 프로야구다.

제공 : 프로야구단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 (bm.game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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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