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그가 돌아왔다. 사실 돌아온 지는 세달 정도가 지났지만, 우리가 바라던 "박찬호"가 돌아온 것은 미국시각 6월 21일이었다. 5이닝 9K 1실점. 93마일(150km)을 넘나드는 패스트볼과 낙차큰 커브. 7년전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온국민을 메이저리그 팬으로 만들어 버렸던 그때의 박찬호가 다시금 돌아왔다.
아래의 데이터들은 5월 17일과 6월 21일(미국 동부기준) 2번의 선발 등판 자료에 기초한 것들이다.
2번의 선발 등판에서, 박찬호 선수는 패스트볼의 구위로 타자를 찍어노르는 피칭을 하기 보다는, 변화구의 비율을 높이면서 자신의 패스트볼을 더욱 위력적으로 만들었다. 평균 93마일, 최고 96마일에 이르는 투심 패스트볼은 80마일 정도의 커브볼과 85마일 정도의 슬라이더의 완급 조절기능으로 인해 더욱 빛을 발했다.
변화구의 사용은, 좌타자 상대시 더욱 두드러졌다. 우타자와의 승부시에는 주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59%, 32%)를 통해 잡아내었으나, 좌타자의 승부시에는 패스트볼의 비율을 줄이고(41%) 체인지업(10%)과 커브(32%)의 비율을 현저히 증가시켰다.
카운트별 구종 구사율을 살펴보면, 어떤 구종에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는지가 나오게 된다.
즉, 몰린 카운트거나(2-0 3-2), 삼진을 잡기 좋은 카운트(0-2)에서 투수들이 가장 자신있는 구종을 던지게 마련인데, 박찬호 선수의 경우 몰린 카운트일 경우 거의 패스트볼+슬라이더 조합이 주를 이루면서 패스트볼의 비율이 증가하고, 0-2(투스트라이크 노볼)의 카운트에서는 킬링 피치로써 슬라이더의 비중을 굉장히 높인 것을 볼 수가 있다.
카운트를 잡아 나감에 있어서 커브볼과 다른 구종들을 적절히 사용하지만, 피할수 없이 승부를 해야만 하는 순간에서는 패스트볼 또는 슬라이더의 비중이 현저히 증가한다.
박찬호 선수의 올시즌 계약은 "불펜"투수로서의 계약이였던 관계로, 애초에 선발 보직에 대한 가능성을 낮게 잡고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난 5월 17일이나, 최근(6월 21일) 등판 두번 모두 조 토레 감독이 투구수를 80개 정도로 제한했는데, 선발 투수일 경우의 투구수별 피로도 변화는 없었을까?
30개 정도의 공을 던졌을 때, 최고의 구속을 보여주고 있다. 75개 정도 던진 시점에서의 구속이 다시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런 경향은 통상적인 투수들이 100개 정도를 던질 경우 구속이 반등하는 현상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통상적 선발 투수의 한계투구수는 보통 100개, 박찬호 선수의 선발시 한계투구수는 80개 정도로 달랐으며, 보통 투수들의 경우 한계 투구수에 다다를 때 내려갈 것이 확실시 되므로 남은 힘을 다해 던지면서 구속이 반등하는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구속이 감소할 경우 타자가 느끼는, 그리고 수치상으로 판별되는 공의 무브먼트가 감소하게 된다.
30개 정도의 공을 던진 시점에서의 구위가 굉장히 좋다고 본다면, 박찬호 선수의 약점은 역시나 가장 구속이 낮게 측정되는초구~30구 시점인 1회 또는 길게 본다면 2회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단위는 피트 = 30.3cm)
투구수 변화에 의한 릴리즈 포인트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화살표 하나가 공 15개 단위를 나타내고 있다.
패스트볼의 경우 릴리즈 포인트가 거의 편차 이내에서 변화하고 있지만, 커브나 슬라이더의 경우 공을 던짐에 따라 릴리즈 포인트가 내려오는, 즉 "팔의 처짐"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대 차이가 약 0.3피트 정도로 10cm정도의 차이(공 하나 반 정도)를 보이고 있다. 박찬호 선수 같이 횡이동 보다 낙차가 큰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에게 있어서, 10cm정도의 릴리즈 차이는 곧 선수 무릎정도에 걸칠 공들이 땅으로 향하게 되는 정도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릴리즈 포인트의 차이가 드러나는데, 패스트볼의 경우 지면 5.85피트 지점에서 릴리즈가 이루어지지만 커브나 슬라이더의 경우 지면위 6.1피트 지점에서 릴리즈가 이루어지고 있다. 패스트볼과 주요 변화구 사이에 실제거리 약 10.5cm정도의 차이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어느 코스로 얼마나 자주 던졌는지를 살펴보자.
좌타자를 상대함에 있어서 존 안으로 제구가 된 공은 약 40%에 불과한데, 실제 좌타자 상대 S/B 비율이 1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실제 스트라이크의 비율이 50% 이상)은 그만큼 유인구가 잘 먹혔다는 말이 된다.
우타자 로케이션 분포도를 보면, 바깥쪽, 그리고 위쪽으로 공이 몰리는 현상을 볼 수가 있는데(이정도 분포라면 정말 "극단적"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안쪽으로 몰린 공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타자를 상대로 패스트볼을 주로 던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꽤나 좋은 지표가 될 수도 있다. 투심 패스트볼 또는 패스트볼이 좋은 무브먼트와 빠른 구속을 동반하고 있다면, 의도적으로 선수의 무릎쪽을 공략하는 것 보다는 바깥쪽과 위쪽을 공략하는 편이 빗맞은 타구를 유도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을 수 있다. 즉 이 로케이션은 현재 박찬호 선수가 자신의 구위에 어느만큼 자신이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것이다.
이상 몇가지의 데이터를 통해 살펴본 2008년 박찬호 선수의 선발등판은, 국내 팬들에게 가능성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겨준 경기들이었다. '좀더 던질수 있도록 배려했다면' 하는 아쉬움과 '박찬호 이제 살아났구나! 풀타임 선발도 문제없겠는걸!' 하는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조 토레 감독의 투구수 제한은 분명히 박찬호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절대 선수를 싫어해서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재의 투구수 제한은 미래 박찬호 선수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글은 미디어다음 해외야구에 기고한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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