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거라는 예보 탓인지 토요일 밤-일요일 새벽에 그렇게 눈을 붙여 보려고 애를 썼음에도 잠이 잘 오질 않더군요. 결국 밤을 꼬박 새고 방을 나서야 했습니다. 아침 9시부터 경기가 진행된다고 해서 소요 시간을 넉넉이 잡고 나서면 전철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할 법했는데(경기 장소는 지난 해와 올해 내내 나가는 일산의 **중학교) 심판복이라던가 장비를 다시 확인하고 나서다 보니 결국 버스를 타게 되더군요.
평상시의 일요일 아침이라면 느긋하게 가도 40여 분 정도 소요되는 것이 정상인데 이날은 토요일 밤에 광화문 등지에서 진행되는 촛불집회의 영향인지 버스들이 그쪽까지 가지 않고 돌아서 오더군요. 그 때문에 버스 간격이 좁혀졌는지 제가 탄 버스는 매우 천천히 브레이크음을 내며 가더라는... 결국 버스 소요 시간은 평소에 비해 20분 이상 걸렸다죠. 여유있게 방을 나섰으니 망정이지 경기 시작시간에 맞춰 나갔더라면 임박해서 도착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는...
선배 심판이 도착해서 저에게 이날의 배정표를 보여주는데 저는 극력 반발했습니다. 저는 보통 장비를 차고 푸는데 번거롭다 싶은 정도의 시간(다른 분들이 장비 착용하고 푸는데 소요되는 시간의 1.5에서 2배 정도)이 걸리는데 첫 경기를 루심을 들어가고 두 번째 경기에 바로 구심으로 들어가는 편성을 보여주더군요. 제 스타일 상 그런 쪽은 소화하기 어렵다고 하자 바로 하는 말이 "그럼 세 경기 모두 구심 봐!"였다는... 사실 전날 밤잠을 설치고 나온 뒤끝에서 세 경기나, 그것도 구심만 보기에는 힘에 부친 것이 맞다고 하겠지만 올해 이쪽에서 심판일을 시작하시는 두 분 중 한 분에게 구심장비를 두 경기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기에, 거기에다 앞 경기가 연습경기로 진행되는 통에 구장 정비 작업 등에 소요되는 노고를 생각하면 사실상 바로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거저거 따지고 제 의사로 편성을 고민하는 것도 골치아프고(졸린 것이 더 컸지만) 해서 그냥 세 경기를 마스크를 쓰겠다고 했습니다. 1-2경기를 연달아 쓰고 한 경기 쉬었다가 네 번째 경기를 쓰는 식으로 말이죠.
경기내용에 있어서는... 첫 경기는 선배 심판이 루심으로 들어오셨기에 진행 자체에는 부담이 거의 없었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이야 타석이 패인 정도하고 타자의 체격조건, 투수의 투구가 떨어지는 포인트 등을 고려해서 높은 존에 지나치게 쏠리지 않도록(지난 주에는 높은 존이 상대적으로 많이 잡힌 편이어서) 신경썼다죠. 커브와 같은 브레이킹 볼의 각도가 큰 투구의 경우 두엇에 대해 스트라이크로 해야 할지 볼로 해야 할지 순간 망설인 정도가 있었고, 두 번째 경기에서의 경우에는 우투수의 바깥쪽 패스트볼과 좌투수의 우타자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투구에 대해 스트라이크 존을 걸쳤느냐를 엄격하게 따져서 볼로 선언한 케이스가 많았기는 했지만(포수의 미트 위치만 가지고, 투수의 딜리버리와 투수판에서의 위치, 공의 궤적은 생각도 안 하고 자기 생각대로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지 않는다고 툴툴대는 나이 지긋한 분의 항의는 별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 대체적으로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치우쳤다고 욕먹을 정도라고 생각되진 않더라고요. 첫 경기는 두 시간 정도에 7이닝까지 진행된 비교적 경제적인 운용이, 두 번째 경기는 경기제한시간이 1분 정도 남은 상태에서 말 공격팀(후공측)이 점수를 내고 주자없이 아웃 카운트가 두 개가 남았기에 도저히 다음 이닝을 들어갈 수가 없겠다고 여겨져 종료하는 정도로 시간진행이 이루어졌다죠. 결정적인 실점을 한 선공팀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되었기에 그 시간 사이 아웃카운트를 마치고 다음 이닝으로 들어가겠다는 자신감이 전혀 안 보이더군요. 뭔가 해 보겠다는, 경기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면 어떻게든 진행을 더 해 보겠지만 안 되겠더군요.
첫 경기에서는 런다운(주자 협살) 때 두 명의 심판이 담당해야 할 주자가 두 명 이상이 되면 어느 주자를 집중적으로 담당할지, 또한 구심이 장비를 차고서 어느 선까지 담당해 줘야 할지 등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습니다. 확실히 한 명의 주자에 대해서만 런다운을 전담하기에도 구심 장비를 차고 다니기엔 두 베이스(3루에서 홈으로 향하는 후반부, 경우에 따라서는 3루에서 홈으로 향하는 전반부와 1루와 2루에서 전반부, 2루와 3루에서 후반부도) 사이의 전체 거리를 전담하기엔 쉽지 않네요. 그 외엔 별 부담이 없었죠.
하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는 신입 심판원 분께서 루심으로 들어왔기에 보다 신경이 많이 가더군요. 물론 이분의 경우 남양주 쪽에서 심판으로 일하신 경험이 있었기에 그라운드에서 보여지는 포스(?)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문제는 역시 크로스 타이밍(아웃이냐 세이프냐가 정말 간발의 차에서 벌어지는)에서의 아웃과 세이프 콜업에서 약간 미적미적한 느낌이 있다는 점과 주자 한 명 이상인데 타구에 따른 주자들의 진루를 확인하고 필요한 베이스에 최적의 각도를 잡는 위치 선정은 어떠한가 등에서 루심을 커버하는데 신경이 많이 갈 수밖에 없더라는... 평소 신입 심판원 내진 3년차 이하의 심판원과 2심으로 들어갈 경우 주자가 2루에 있는데 3-유 간의 내야 땅볼 때 야수가 잡아 1루로 송구할 때 2루주자가 3루로 스타트를 끊게 되면 내야의 루심이 1루에 대한 재정을 내리고 바로 돌아서서 3루에 대해 각도 및 위치를 선정하고 재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타이밍을 재서 3루로 스타트를 끊어서 필요한 재정을 내리고는 했는데 엊그제도 한 건 했다죠. 그래도 보크 등에 있어서의 규칙 상의 사항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잘 처리하시더라는...
두 번째 경기가 종료된 뒤 세 번째 경기에선 밖에 나와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 사이에 제 생각을 전해 드렸습니다. 어차피 아웃 세이프는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경기 당 한 두 건은 오심이 나올 수 있다(특히 2심제에서는 거리라던가 주자의 수를 감안할 때 원거리에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고 위치선정도 어렵기 때문에), 그렇지만 최대한 좋은 각도를 잡아 위치를 잡고 크로스 타이밍에서의 콜업은 그 플레이로 받는 선수들의 영향과 뒷감당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한 큰 목소리와 큰 자세가 필요하다는 정도로 전해 드렸다죠. 역시 심판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어보셨던 적이 있었는지 경청을 해 주셔서 고마웠다는...
세 번째 경기는 신입심판원 분이 구심으로 들어가는 데뷔전이었는데 한쪽 팀의 구성원이 부족해서 인원부족에 의한 기권패가 되고 자동적으로 연습경기가 되었습니다. 보통 연습경기가 되면 굳이 2심제로 운영할 필요는 없는데 이날은 신입 분이 구심으로 치러야 했기에 선배 심판이 루심으로 들어가서 진행했다죠. 밖에서 제가 본 구심(다른 신입 분)의 자세를 살펴보자면 MLB나 국내 프로야구 심판들의 기본 언더라버(스트라이크-볼을 판단하는 마지막 자세에 들어서기 위한 준비 자세)에 비해 역시 뻣뻣하다는 점을 볼 수 있더군요. 뭐 기본적인 콜업에 있어 사소한 것을 놓치는 경향도 있었지만 경기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무던하게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네 번째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군요. 오전부터 비가 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중간중간 해가 비치는 만행도 있어 경기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 비가 쏟아지더라도 네 번째 경기는 마무리지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서자 1회말이 끝나기 전부터 쏟아지더라는... 그나마 **중의 그라운드가 배수가 좋은 곳이라 그럭저럭 버텨는 주었으나 2회가 끝나는 시점에서부터는 그라운드 내야의 이곳저곳에 물기가 흥건히 젖어 미끌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나마 시합구는 일찌감치 밖으로 나가거나 진흙이 묻어 진행이 어려워진 상태였고... 하지만 이 경기의 경우 지난 번에도 우천으로 미뤄진 경기를 일정을 따로 잡고 진행하는 것이라 또 노 게임을 선언받고 싶어하진 않는다는 선수들(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쪽 팀의 감독)과 기록위원, 선배 심판의 견해의 받아들여 3회를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비는 그치지 않고 뇌성은 계속 치고 선수들의 몸놀림은 점점 미끄러운 그라운드에 방해를 받더군요. 결국 3회초에 한쪽 팀의 선수 출신 유격수가 한번 펌블한 공을 땅에서 한 번에 주워내지 못할 정도인 것을 확인하고서야 노 게임(사회인야구-아마야구에서는 4회말까지 종료하지 못하면 모두 노 게임이 선언됩니다)을 선언했습니다. 빗속에 옷이며 장비가 흠뻑 젖어가며 고생했지만 "유급 봉사"에는 모자른 경기였다죠. 그나마 양팀 선수들이 두 타순 정도 돌아갔다는데 위안을...
귀가길에서까지 비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줄기차게 내렸습니다. 방에 돌아온 뒤 마스크와 프로텍터를 이부자리 위에 놓고 말리는데 한나절 이상이 걸렸네요. 뭐 이제부터는 장비를 꺼내서 착용할 일이 많지 않으니(운좋으면 학원의 여름 휴가 중 일요일 정도, 시험대비체제 기간 중 쉬는 날 정도) 잘 관리해 두어야겠죠. 마치 겨울부터 다음 해 봄까지 쉬는 기간이 지속될 때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언제 다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오른손 중지 손가락이 계속 아프네요. 주말 내내 스프레이를 뿌리고 월요일에는 출근 후 약국에 들러 압박붕대를 감아놓기도 했지만 쉬이 낫지를 않는다는... 조만간 한의원에 허리 때문에 침맞으러 갈 때 손가락 상태도 확인을 해야 하려나도 싶다는... 엑스레이를 찍고 싶어도 그간 엑스레이만 찍어서 확실한 징후를 확인한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망설여지는군요.
MBC ESPN 연예인리그 2차 토너먼트가 진행되는 모양입니다. 지난 해 이후 이쪽 리그는 안 나가겠다고 언질을 올려 놓았기에 연락이 안 오는 것도 있었겠지만 학원에서 수업 도중 간간이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질문에 뭔가 보여주려면 이쪽에서 활동했던 때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하는 허영이 발생하기도 하더라는... 어쩌면 운이 따를 경우 경기 중의 심판으로서의 입장이 아니라 구경꾼의 입장이 되어 구장에 들르는 일이 많아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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