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을 설치며 모처(?)에 다녀온 보람을 찾았다고 해야 할까. 어제에 이어 오늘도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양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와의 MLB 경기를 대부분(?) 볼 수 있었다. 어제는 워낙 초중반에 타격전으로 장시간을 소요하느라 중반 이후 즐기는 재미가 오히려 감소되는 느낌을 받았지만 오늘은 베켓의 초반 쾌투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90년대를 주름잡았던 '무스' 무시나의 부진에 가슴 한켠이 아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라는... 도대체가 패스트볼이 저렇게 정타만 맞아지면 어떻게 버텨내라는 것인지... '매니 빙 매니' 라미레스의 이날 경기에서의 연타석 홈런 중 두번째 홈런 타구가 딱 하는 순간 페이퍼 정리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튀어 나왔으니 말이다. 매니 라미레스가 올해는 일을 저지르려나... 오티즈가 부진한 초반 성적을 보이고 있음에도, 로웰은 부상자 명단, 유킬리스가 잔부상을 달고 뛰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저만한 포스라면 본즈가 부럽지 않을 지경이니 말이다. 마치 보스턴에 오기 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에 극강의 파워를 보여주던 모습이 느껴진다.
어제 보여진 션 케이시의 [몸개그]에 나도 모르게 풋 하고 개콘볼 때나 웃던 박장대소를 했던 즐거움에 이어 오늘 중계 도중 눈에 확 띄인 장면은 훌리오 루고의 도루 시도 장면이었다. 채드 몰러의 2루 송구는 간만에 정확히 들어갔고 지터의 태그 동작도 자연스러웠다(뒤에 언급하겠지만 더 정확히 했거나 더 자연스럽게 했어야 했다다). 심판의 콜도 당연히 아웃. 하지만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니나다를까 바로 이어 나온 슬로비디오 장면은 2루 송구가 먼저 도착해서 지터가 글러브를 베이스에 놓고 슬라이딩하는 루고의 발을 기다릭 있다가 갖다 대기만 하면 자연 태그로 아웃시킬 수 있던 것을, 마치 화풀이라도 하듯 글러브를 스와입 태그(주자의 주로에 공을 쥔 손이나 공이 들은 글러브를 대고 기다린 것이 아니라 큰 반원을 그리며 태그하려는 동작)하듯이 빙 돌려버린 까닭에 루고의 발등을 스칠 듯 말 듯 지나가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심판의 콜은 아웃이었고... 하지만 타이밍으로 승부를 보지 않고 오로지 태그 여부로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알아 왔던 MLB 심판의 콜이라기엔 어딘가 미심쩍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어쩌면 5회에 접어들어 이미 7:0의 스코어에 보스턴의 투수가 베켓이라는 점을 고려한 심판의 운용의 묘였을까 하는 혹시나... 하는 심정을 지닐 수도 있었지만 내 기억의 무덤들 속에 들어있던 옛 판정들을 떠올려 보니 딱히 운용의 묘라고 핑계를 대지 않아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2006년 KBO 총재배 사회인야구대회 결승전에서 2루심을 보다가 포수의 2루 송구가 약간 1루 쪽 방향으로 치우치게 들어온 것을 유격수가 잡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던 1루주자에게 스와입 태그 동작을 취했는데, 나는 1루주자의 손이 2루 베이스에 닿기 전에 유격수의 글러브(공은 들어 있었다)가 주자의 허벅지에 태그된 것으로 보았기에 아웃콜을 했고 주자는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묵묵히 들어갔다. 나중에 공수교대 시 감독이 나와서 태그되었는지에 대해 어필을 했는데 나는 위의 "내가 아웃이라고 판단한 근거"를 간단히 이야기했고 거기서 어필은 끝이었다. 결국 경기는 그 팀의 패배로 끝났기 때문인지 그 뒤로 나는 그 팀에게서 기피성 인물이 되었고(안 그래도 다른 원인도 있었지만) 말이다. 안 그래도 올해 서울 인근 지역에서 일요일에 벌어진 모 사회인리그에서 루심으로 들어갔을 때도 바로 윗 단락의 상황(1루주자의 2루 도루 시도 상황에 묘한 스와입 태그 동작이 나올 경우 위치 선정에 애를 먹다가)에서 종종 아웃을 선언한 적이 있었다는 생각도 떠올랐다. 물론 주자 자신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살짜쿵 애교(?)를 부리면서 어필을 하게 되면 내가 혹여나 오심을 한 것인가 하는 마음에 그날의 다른 태그 플레이는 일부러 더 터이밍도 늦추고 주자와 야수들의 다음 플레이 동작과 얼굴 표정까지 뜯어 살피는 독심술 판정까지 시도해야 하는 고생을 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 경기 막판에도 멜키 카브레라가 우익선상에 적시타를 친 뒤 2루로 뛰다가 드류의 송구에 태그 아웃당한 장면도 슬로 비디오 장면으로 보면 세이프로 선언해도 무방한 상황이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 그 장면을 보여준 카메라의 위치에 심판이 위치할 수 있었다면 세이프가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인플레이 중인 공이나 주자에 맞을 위험(파울볼은 예외겠지만)이 없는 구장 위에 설치된 "무심한" 카메라와 타구 피하랴 공의 움직임을 주시하랴 그러면서 주자의 움직이는 방향에 송구의 방향까지 고려하면서 위치를 잡고 마음 한켠에 항상 유혹(돈의 유혹도, 팀의 로비도 아닌, 그저 빨리 경기를 끝내고 퇴근해서 쉬고 싶어 하는 유혹이다)을 가지는 심판의 "유심한" 눈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뒷생각이다. 뭐 규칙적용에 있어서는 잔실수도 용납않는 프로의 최상위 레벨의 사람들이지만 적어도 스트라이크와 볼, 아웃과 세이프의 영역은 그들도 어쩔 수가 없고나 하는 잔정이 드는 경기장면들이었다...
추신:> 평소에 글을 쓸 때 이미지나 파일 첨부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기분 내키는 대로 끄적였는데 과연 이 글이 [칼럼]이라는 성격에 맞는 글이 될지는 자신이 없다. 뭐랄까... 그냥 "시선, 입장, 관점의 차이"라고나 할까... 같은 경기를 봐도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장점일지 핸디캡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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